▲소설가 하용준
2022년 11월, 상주시에서는 정기룡 장군이 임진왜란 때 상주읍성을 탈환한 것을 기리는 기념탑과 장군의 기마동상을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에 세웠다.
그 후 친하게 지내던 언론인 한 분을 만났는데, ‘경상감영공원에 세워진 정기룡 장군 동상의 용모가 경천대 입구에 있는 기마동상과도 다르고 충의사에 있는 영정과도 다르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초면의 언론인 한 분도 정기룡 장군의 영정과 동상의 용모가 다 제각각인 것을 두고 의문을 나타냈다.
현재 정기룡 장군의 용모를 나타낸 것은 상주 충의사 영정, 경천대 입구 주차장 옆 기마동상, 태평성대감영공원의 기마동상, 그리고 경남 하동군 생가지에 있는 경충사 영정, 크게 이렇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이 외에 경남 하동군에서도 장군의 대형 기마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 경천대 정기룡 장군 동상 모습 ▲상주 경상감영 정기룡 장군 동상 모습
정기룡 장군이 활약하던 당대에 장군을 그린 영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장군의 사후에 전식이 쓴 만사에 보면, 큰 공적을 세운 훈신의 얼굴을 그리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래서 정기룡 장군의 영정은 그려지지 않았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므로 정기룡 장군의 실제 용모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나 조각가가 각자 마음대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리거나 만들 수 있다. 그것을 두고 누구의 것을 참고해야 하느니, 이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그렇지만 예술가마다 각자 다르게 표현하는 정기룡 장군의 용모 때문에 일반인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기룡 장군의 용모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상주 경천대 정기룡 장군 동상 얼굴 모습 ▲상주 경상감영 정기룡 장군 동상 얼굴 모습
정기룡 장군의 후손 정구정이 엮은 <정통제사적>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지난 2016년 상주시박물관에서 주관하여 김정찬 상주고 교감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 작업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다름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공의 풍모는 씩씩하고 뛰어나서 옛날 중국의 명장 단도제와 같은 눈망울의 광채가 있었기 때문에 등불이 없는 밤에도 환하게 빛이 나서 두 개의 촛불이 어슴푸레한 것처럼 밝았다.’
같은 책의 또 다른 기록으로는 ‘선조 임금께서는 일찍이 공을 일컬어 범이 잠자는 상이다 라고 하셨다.’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정기룡 장군이 서거한 지 70여 년이 지난 뒤에 송시열이 장군의 신도비문을 지었다. 그 내용에 보면, ‘공은 의관이 웅장하고 위엄이 있었고 눈빛이 횃불과 같았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정기룡 장군의 용모에 대해 언급한 문헌 기록은 현재로서는 이 세 가지가 전부다. 이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정기룡 장군의 생김새는 첫째 헌헌장부와 같은 신체를 가졌고, 둘째 눈빛이 유난히 빛났으며, 셋째 입술을 꽉 다문 근엄한 표정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상주와 하동에 있는 장군의 영정 2점과 동상 2점이 이러한 기록들을 깊이 참고하여 제작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꼼꼼히 살펴보면 이러한 기록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 충의사 정기룡 장군 영정 ▲경남 하동군 경충사 정기룡 장군 영정
정기룡 장군과 같이 실제의 용모를 사실적으로 그린 초상화가 남아 있지 않아 생김새를 전혀 알 수 없는 역사적 위인들을 실체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또 각기 다른 생김새로 난립하는 초상화와 동상 등에서 용모를 통일할 필요성 때문에 문화체욱관광부 주관으로 국가표준영정 제도라는 것이 생겨났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선양 작업을 하기 위하여 어떤 위인의 영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영정 제작을 신청하면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있는 심의위원회가 검토한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기록을 살펴 고증을 하고 선정된 화가에게 영정을 그리게 한다. 그렇게 그려진 영정을 다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여 정부표준영정으로 지정하게 된다.
정부표정영정 제 1호는 1973년 장우성 화백이 그린 이순신 장군의 영정으로 아산 현충사에 봉안되어 있다. 또 가장 최근에 그려진 영정은 제 100호 단종으로 권오창 화백이 2021년에 그렸는데 영월군 단종역사관에 봉안되어 있다.
1호에서 100호까지 우리나라 역대 위인들의 국가표준영정이 정해지는 동안 아쉽게도 정기룡 장군은 그 속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정기룡 장군의 국가표준영정이 없다고 해서 그리 서운해 할 일은 아니다.
국가표준영정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표준영정의 저작권은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정을 그린 화가에게 있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라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영정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위인에 대하여 여러 예술가들이 각자의 상상력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것은 각 예술적 영감에 의한 창의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것을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두되어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기룡 장군의 영정 2점과 동상 2점의 용모가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단 하나의 얼굴을 만들어서 국가표준영정을 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상상에 맡겨 장군의 생김새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
시민들의 의견이 궁금해진다. <끝>
<하용준 소설가 소개>
소설가, 시인.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단편소설, 시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 『고래소년 울치』는 ‘2013년 문화관광부 최우수 도서’와 ‘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멸(滅)』은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다.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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